" 애매한 경계라면 지우고 다시 그려. "
PSI 프시
오메가이자, 델타의 알파. 달콤한 체리향.
Age 34 1985 May 25
177cm Avg, 5cm hills
한 사람이 매디슨 스퀘어 인근에서 수많은 인파 중 어느 무리에도 섞이지 않고 훤칠한 걸음을 옮긴다. 어느 겨울, 횡단보도 맞은 편 앞섶을 여미는 사람들 사이에서, 검청색 코트자락 휘날리며 기껏 두른 목도리를 걸쳐놓기만 한 채 발갛게 상기돼 주근깨 가득한 뺨을 칼바람에 그대로 내놓았다.
빨간불이 켜진 신호등에 휴대폰을 확인하기 위해 잠시 멈춰서고 나서야 그의 모습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 오른편으로 머리를 말끔히 쓸어넘기고 모노톤의 단정한 차림새를 입은 이. 스물 후반 남짓한 듯한 얼굴이 유독 작아서 훤한 비율을 만들어 전혀 작아보이는 편이 아닌데도, 단화를 신어도 모자랄 판에 불편하지도 않은 지 두 마디 쯤 되는 굽의 구두를 신고 서있다. 어둑한 길거리에서 가로등과 군데 군데 지나치는 불빛에 닿을 때면 잿빛의 머리칼이 비로소 본연의 금색을 드러낸다. 그 아래, 치켜뜬 눈썹이 얄쌍하게 뻗어나가서 불친절한 인상을 안겼다. 요란스런 사이렌 소리가 지나가거나 빵빵거리는 클락션 소리가 울려퍼져도 마치 익숙한 양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창백한 피부 중 유일하게 말려올라간 입꼬리가 옅게 붉음을 품고 있으나, 온기를 느끼기도 전 시리도록 푸른 이채가 시선을 얼어붙이고 만다.
황급히 눈길을 거두었다 태연한 척 되돌아온 시선. 그에게서 불쾌해보이는 기색은 없었지만, ―아니, 혹자가 지켜보고 있었음을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보였지만. 하얀 신호가 켜지자 그 이는 확인하던 휴대폰을 집어넣고, 코트 주머니에 손을 도로 찔러넣은 후 멈춘 걸음을 움직인다. 늘어진 목도리가 바람에 나풀거렸다. 도로를 건너며 스쳐지나갈 적 마주친 그 사람은, 달짝지근한 체리 향을 남기고 반대편의 너머로 사라졌다.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사람처럼.
프시는 그 별명을 좋아했다.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그 날을 기점으로 여러 파충류들의 보호자가 되었다나. 사무실 한 켠에 자리한 사육장으로 먹이를 집어 넣으며 행복한 얼굴을 짓는 모습이 가관이다. 통유리 뚫듯 아예 벽 한 면을 사육장으로 개조하고 싶어했으나, 뜯어말리는 비서에게 가로막혀서 겨우 일단락 됐다고 한다. 비서보단 보모에 가까워 보이긴 하던데.
"...프시..."
앞에 자리한 이를 두고도 등을 내보이며 천진난만하게 흐뭇한 표정을 비추곤 했다. 그리하면, 그 날의 미팅을 마무리 짓는 것은 늘 비서의 몫이었다. 주섬주섬 파일을 정리하며 상사 대신 말을 얹는 비서는 익숙하고도 노고가 많아 보였지만, 의뢰인을 포함한 그 방 안의 누구도 난색을 표하거나 미안함을 전하지 않았다. 옛적엔 기껏 소문 듣고 왔더니 헛걸음이나 하게 만든다며 온갖 저질스런 비난과 함께 길길이 날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회사의 입지가 단단해지면서 프시가 직접 접대하는 이들은 연간 매출의 절반은 족히 차지하는 단골들이였다. 그들은 달에 한 번은 꼭 거치는 그 날이 자신들에겐 되려 이득임을 안다. 기분 따라서 잘 받던 의뢰도 팽하는 녀석이, 저렇게 사육장 유리에 딱 붙어 있으면 당일 의뢰한 건은 무조건 OK 사인을 받기 때문이다. 서류를 수거한 비서가 고객과 함께 접대실을 나섰지만, 그는 눈길 한 번도 안 줬다.
성과가 좋아서. 카멜레온이 단순히 성미를 빗댄 표현은 아니고, 프시는 그 별명처럼 인파에 어울리는 재주가 있었다. 어떤 상황에도 알맞는 모습으로 무난히 자리를 차지하는 법을 알았다. 위화감 없이 녹아들 수 있는 건 첩보물처럼 존재감이 옅다기 보단, 존재를 인지하기도 전에 용무를 마치고 자리를 뜨기 때문일테다. 프시의 순간집중력은 따라올 이 없다고 빗댈만큼 뛰어났지만, 지구력은 완전히 꼴통이었다. 먹이를 던져놓고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기회를 볼 만큼 인내심 강하지 않았다. 하나에 얽매여 전전긍긍 할 만큼 흥미가 길지도 않았다.
일처리는 속전속결, 기회는 쫓는 것이 아니라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다.
뒷탈이 없어서. 프시는 결코 좋은 성격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갖은 것에 트집을 잡으며 질질 끄는 성격이 아니었다. 한 번 결정된 일은 갈대같은 마음이 살랑이기도 전에 끝마쳐져 있으니 문제될 게 없고, 설사 한 때 트러블이 생겼다 하더라도 옛 일은 옛 일로 치부한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삿대질과 함께 입을 열기까지 관심이 지속되는 일이 없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은 지난 날의 실수나 마찰로 눈치를 보는 일이 적어지고, 가식과 진실 사이에서 점치는 인간들 중 드물게 투명했다.
편견이 없다. 그 날의 기분에 따른 기호는 존재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상대가 누구건 간에 맡기는 내용이 어떻던 간에 신경쓰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자면 고객의 입장에서 의뢰를 거부 당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썩을 놈의 각이 서주지 않는다면 그 날은 허탕을 칠 지언정,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는 양 언젠가 수락하는 날이 온다. 마땅히 맡길만한 곳이 없는 복잡한 일들까지 도맡아 하니 단골들은 굳이 애먹여 다른 거래처를 찾아보지도 않는 것이다.
비위는 맞춰줘야 한다. 실적으로만 보자면 어디 내놓아도 꿇리지는 않게 참 잘 한다. 마무리도 탈 없이 깔끔하다. 거물이나 상사랍시고 눈치 안 봐도 되고, 일이 잘못될까 언제쯤이면 결과를 받아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빌어먹을 비위는 맞춰줘야 한다.
알기는 쉽지만 예상하긴 껄끄럽다.
알았으면 지금부터 셋 셀게.
나가.
1985
출생
LOCKED
비밀이야.
2010
MMO 입사
2012
특별부서 팀장으로 임명
2016
DELTA 독립
원나잇.
자신이 주도권을 잡는 것.
카 섹스, 사무실 등 침대 외 장소를 좋아한다.
거친 행위도 마다 않는다.
오너 해당 없음.
무시나 모욕을 당하는 것. 강제적인 것과는 조금 다르다.
애정을 갈구하는, 구속되는 관계.
오너 해당 없음.
그에게선 체리향이 난다. 향수는 쓰지 않는다. 약물을 복용중이나, 간혹 두통이 심해지는 둥 부작용이 나타나는 때가 있어 가끔씩 휴약 기간이 있다.
하루에 식사가 빈번한 소식가이며, 잠을 짧게 자주 잔다. 주량은 최대가 더블 스트레이트 정도로 매우 약하다. 대신 커피를 많이 마시고, 흡연도 한다.
몸 자체는 추위를 잘 타는 편이 아닌데 손발이 자주 언다. 애초에 담배를 시작한 이유가 손이 시려워서다.
금세 흥미가 옮겨가서 닥치는대로 입양한 탓에 정말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 그렇게 점점 북적이나 싶더니, 다시 처음 들여온 반려동물에게로 관심이 돌아가 하나의 사이클이 형성되었다. 지금은 자식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날마다 특출나게 보고싶은 대상만 바뀌고 경우없이 데려오진 않는다. 가장 정이 많이 든 아이들은 파이볼드 볼과 사바나 캣이다.